키보드를 받고 나서 1년도 더 지나 키보드 윤활 작업을 했습니다. 발단은 ‘키캡이나 바꿔볼까.’ 하던 참에, Wooting에서 판매하는 키캡 재고가 들어왔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쇼핑몰 들어가서 키캡을 보는데, 키보드 윤활제도 판매하더라고요? 시키는 김에 키보드 윤활제와 키캡, 흡음재 모두 구매했습니다.ㅋㅋㅋ
키보드: Wooting Two HE(게시글 쓴 기준으로 1년 3개월 사용)
윤활제: Krytox 205G0, Molykote EM-50L
키캡: Wooting Double Shot Backlit PBT Keycap Set – Just White
도구: 키보드 스위치 툴킷
목차
- 도구와 윤활제
- 키보드 분해 과정
- 스위치 윤활 작업
- 키보드 조립 과정
- 완성샷
도구와 윤활제

위 사진에 나오는 악세사리들은 붓, 스위치 리무버, 핀셋, 스위치 분해 도구입니다.

위가 윤활제인데, 크리톡스 205G0와 몰리코트 EM-50L라는 윤활제입니다. 제품 설명을 보니 우팅이 권장하는 그리스라는데 실제로 효과가 좋습니다.
키보드 분해 과정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싸게 구매한 키캡을 장착한 우팅 투 HE. 키캡 마감이 너무 안 좋아서 많이 불만족스러웠습니다. 근데 뭐 귀찮아서 그냥 사용했죠(?)

스위치 리무버로 하나하나 뽑기가 힘들어 그냥 상판을 통째로 분해했습니다. 먼지와 이물질이 많이 껴있습니다ㄷㄷ

스위치 플레이트는 칫솔로 샴푸질 해서 잘 말려뒀습니다. 뭔가 키캡 뺄 때부터 ‘이걸 지금이라도 멈춰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됐는데 ㅋㅋ 깨끗해지는 걸 보니 하길 잘 했다고 생각되더군요.

기판을 자세히 보면 무언가 하얀 얼룩이 있는데, 아메리카노입니다(ㅋㅋㅋ?).. 실수로 커피를 쏟아서 키보드 안에 찰랑거릴 정도로 들이부은(?) 적이 있어요. 그때 급하게 USB 뽑고 분해해서 물기를 없앴지만 저렇게 흔적이 남았습니다ㅠㅠ 물론 윤활 작업하면서 청소 다 해서 이젠 깨끗합니다.

기판까지 분해하면 USB 포트, 기본 흡음재와 하단 케이스가 남습니다. 기본 흡음재는 나름 흡음 효과는 있지만 두께가 얇아서 효과가 아쉽더군요. 저는 흡음재도 구매했기 때문에 과감히 제거했습니다. 흡음재도 제거한 사진은 없는데 뭐 그냥 평범한 키보드 플라스틱 하단 케이스입니다. 샷건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왼쪽 상단에 나사 체결분(스탠드오프)가 부러져있더군요. 조금 아쉽지만 한 개만 그런 건 사용하는 데 크게 지장 없다고 생각해서 별로 신경 쓰진 않았습니다.

스위치 플레이트에서 분리된 레커 스위치입니다. 뭔가 심하게 누리끼리한 스위치가 있는데요, 아메리카노에 적셔진 스위치입니다 ㅋㅋㅋㅋ 따로 스위치까지 구매하기엔 금액대가 너무 높아져서 스위치는 분해해서 칫솔로 샴푸질 하기로 했습니다.

스위치 분해 도구로 하나하나 분해했습니다. 와 이거 진짜 막노동 작업이 따로 없더군요. 생각보다 꽤 오래 걸렸습니다.

분해한 스위치들은 모두 칫솔로 샴푸질 했는데요… 와 이것도 정말 막노동입니다. 하는데 허리가 끊어질 것 같더군요. 이때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스프링은 뭔가 변형될 것 같아서 그냥 놔뒀어요. 다른 부품들은 다 씻기고 드라이기로 말리는데 현타가 심하게 오더군요..ㅠㅠ
스위치 윤활 작업
윤활 작업은 붓으로 윤활제를 키보드 스위치에 바르는 작업을 말합니다. 보통 손가락이 키캡에 압력을 가했을 때 움직이는 부분만 윤활 처리를 해주면 됩니다. 스위치에서 키캡에 의해 움직이는 부품은 POM stem과 스프링이고 POM stem이 스위치 하우징과 마찰되는 부분도 윤활 처리를 해야 합니다. 얼마나 많은 양을 바를지는 본인 자유입니다. 저는 가볍게 펴 바르되 골고루 바른다는 느낌으로 윤활제를 발랐습니다.

하단 하우징에서 POM stem이 밀려 들어오는 원형 구멍에 윤활제를 바릅니다.

스프링이 마찰될 수 있는 하단 하우징 원형 구멍 바깥 면에 윤활제를 바릅니다.

POM stem이 스위치에 밀려 들어올 때 하단 하우징과 마찰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역시 윤활 처리를 합니다. 이렇게 3곳을 바르면 하단 하우징 윤활 처리는 끝납니다.

스프링은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서 붓으로 바르면 더 쉽게 바를 수 있습니다.

POM stem의 원기둥 부분에 윤활제를 바릅니다. 스위치 하단 하우징의 원형 구멍에 들어가는 부분입니다.

옆면 날개 부분에 윤활제를 바릅니다. 역시 하단 하우징에 마찰되는 부분입니다.

상단 하우징과 마찰되는 곳은 없으므로 굳이 윤활제를 안 발라도 됩니다. 윤활 처리를 다 했으면 스위치를 결합합니다. 이 작업을 104번 해야 합니다.. ㅂㄷㅂㄷ
사실 ‘키보드 윤활 작업’이라는 주제로 검색을 해보면, 많은 방법이 나옵니다. 저처럼 마찰되는 부분만 붓으로 윤활 처리를 하는 사람도 있고 스위치를 살짝 눌러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 WD 같은 스프레이를 뿌려서 기름칠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장만 안 난다면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붓으로 일일이 윤활 작업을 하면 농담 안 하고 적어도 5시간 이상 걸립니다. 주말 다 반납하는 거예요. 처음 하는 작업이라면 더 걸리겠죠. 스위치 윤활만 했다고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키보드 조립 과정도 시간이 꽤 걸려요. 꼭 하셔야 한다면 본인에게 알맞은 방법을 잘 생각해 보고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키보드 조립 과정

새로 구매한 흡음재를 키보드 크기에 맞게 준비합니다. 메모리폼 재질의 흡음재입니다.

하단 케이스에 나있는 나사 구멍 위치에 맞게 흡음재에 구멍을 뚫어줍니다. 약간 나사 구멍을 흡음재에 쑤셔서 튀어나오게 한다는 느낌으로?

꽤나 빡빡하게 결합되었습니다. 그만큼 비어있는 공간이 없다는 의미이므로 흡음재 크기를 잘 골랐다고 할 수 있겠죠!

스위치 플레이트를 결합합니다. 하단 케이스 왼쪽 상단부분에 나사 결합 부위(스탠드오프)가 부서져 있었는데, 다행히 아무 이질감 없이 결합되었습니다. 이때 좀 아쉬웠던 건 스위치 플레이트가 알루미늄 재질인데 많이 얇습니다. 그리고 유분기가 잘 묻어요. 촉감은 나쁘지 않은데 조금 아쉽습니다.

스위치까지 모두 결합했습니다. 이때쯤 되면 감동이.. ㅠㅠㅠㅠ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포기하고 싶었던가!! 그만큼 막노동 작업이 많습니다.

키캡은 윤활제와 함께 구매한 우팅 더블 샷 PBT 키캡입니다. 패키징이 매우 듬직합니다. 불평 낼 수 없게 완벽히 보호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마감이 너무 좋아서 놀랐습니다.

더블 샷 구분이 확실히 되는 모습입니다. 내부도 굉장히 깨끗했어요.

PBT 촉감이 매우 좋습니다. 살짝 거친데 그렇다고 손가락에 부담을 주지 않는 거칠기.

마감이 정말 미쳤습니다. 응? 그러고 보니 나 조립 과정 적고 있던거 아닌가? 어쨌든 키캡 조립 과정은 그냥 끼우기만 하는 거니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완성샷
먼저 광량 20% 사진입니다.


다음으로 광량 50% 사진입니다.


마지막으로 광량 100% 사진입니다.


데스크탑은 RGB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키보드는 역시 진리입니다. 밤에 잘 보이기도 하구요!

이렇게 우팅 투 HE 키보드 윤활 작업을 마쳤습니다. 하기 전과 차원이 다를 정도로 키보드 타건 시 느낌이 좋아졌습니다. 굉장히 우직하고 굴하지 않는 느낌이랄까..? 귀에 거슬리는 소리도 없어졌구요. 저는 타건 시 꽤 강하게 입력하는 타입입니다. 예전에는 스페이스 바를 입력할 때 특히 통울림 소리가 거슬렸거든요. 스태빌라이저의 철심 소리도 마친가지였구요. 그게 다 사라졌네요. 윤활 작업과 흡음재는 우팅뿐만 아니라 대부분 기계식 키보드에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스팸 댓글을 거르기 위해 확인 후 댓글이 게시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